“치매의 전조증상” 알고 계시나요?

가스렌지 위에 곰국을 올려놓고 냄비째 태워버린 경험은 가정주부에게는 흔한 일이다. 사람 이름이나 전화번호가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치매가 아닐까?’라며 농담 섞인 걱정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할머니는 치매에 걸려 집을 못 찾아 8시간을 넘게 밖에서 헤매다가 경찰의 도움으로 간신히 집으로 돌아온 일도 있다. 다른 할머니 한 분은 집을 나갔다가 소식이 영영 두절되었다는 말도 들었다.  2008년 보건복지부 자료 기준 노인 치매환자는 매달 660명씩 실종되며 그 수는 더 늘고 있다고 한다.

평균수명이 증가함에 따라 치매로 고생하는 노인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고 치매노인 병수발로 인해 심적, 육체적으로 고생하는 가족들의 고충도 그만큼 늘어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9년까지 7년간 치매 진료환자가 4배가량 늘었다고 한다. 2008년도 기준 치매 중풍환자가 100만명이라는데 환자를 돌봐야 하는 가족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500만명에 이른다. 가족들의 간병 스트레스는 암보다 무섭다는 조사 보고서도 있다.

그런데 치매의 증상을 말기 위주로만 생각하다 보니 가벼운 초기 치매 증상은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이미 치매가 중증으로 진행되면 그만큼 치료도 어렵기 때문에 치매의 초기 단계에서 빨리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2050년까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치매환자 예상수치>

치매 발병의 시기나 기간, 증상은 개인차가 있다. 하지만 초기에는 잘 눈에 띠지는 않더라도 관찰해보면 알 수 있는 보편적인 증상들이 몇 가지 있다. 가족들이 주의를 기울여 관찰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치매의 전조 증상

1. 의심이 많아진다

정신분열증을 다른 말로 “조기 치매”라고 한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치매의 증상에는 정신분열증과 유사한 점이 많다. 자신만의 주관적인 시각으로 사물을 일그러지게 해석한다는 점에서 치매와 정신분열증은 특히 비슷하다. 그래서 치매 초기에는 의심이 많은 성격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2. 감정의 기복이 심해진다

감정조절이 잘 안되기 때문에 사소한 일에서 트집을 잡고 충동적으로 불같이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 특히 화를 낼만한 사안이 아닌데 화를 낸다던지, 같은 사안에 대해 어떨 때는 화를 내기도 하고 어떨 때는 침착하기도 하는 등 기분파적인 면을 보인다면 초기 치매로 의심의 여지가 많다.

3. 반복되는 잔소리가 길어진다

한 말을 여러 번 반복하고서 또 되풀이한다던지 하루에도 수십 번 전화를 해서 당부를 하는 등 강박적인 행동을 보여준다면 초기치매일 수도 있다. 전화를 해서 섭섭한 마음을 토로하거나 상대의 말은 듣지 않고 자기 말만 한다면 더 의심의 여지가 많다.

4. 집착이 심해진다

할머니가 아침에 일어나서 갑자기 열쇄가 없어졌다고 하루 종일 열쇄를 찾는다? 얼핏 보면 별 일 아닌 것 같지만 그 일 역시 치매의 전조증상일 수도 있다. 열쇄를 찾고 나서는 문을 따는 연습을 한다고 수십 번 열쇄를 구멍에 넣었다가 뺐다가를 되풀이 하는 경우라면? 역시 의심해볼 수 있다.  

5. 외모에 관심이 없어진다

멋을 잘 부리던 사람이 씻는 것도 게을리하고 때와 장소에 맞추어 옷을 차려입지 못한다면 치매초기를 의심해볼 수 있다.

<자료출처:http://miami525.blog.me/50093172992>

“건망증”과 “치매”는 다르다. 위에 언급한 사례에서 전화번호가 생각이 안 난다던가 냄비를 태워먹는 것은 건망증에 가깝다. 건망증은 본인이 자신의 실수를 알고 있다는 점에서 치매와 구별된다. 반면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잊어버리거나 가족의 얼굴을 구별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치매다. 본인의 실수를 깨닫지 못하고 자기 생각만 고집한다면 건망증보다는 치매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치매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자각의식”의 유무이다. 자신이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해 줄 때 나중에라도 납득한다면 괜찮지만 자기 생각만 고집한다면 치매일 수도 있다.

초기 치매의 경우에는 가족의 노력과 투약으로 어느 정도 진전을 멈출 수 있다고 한다. 인격이 변해가는 상대에 대한 섭섭한 마음을 가지기에 앞서 치매를 노인이 되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질병”의 하나로 인식하고 이에 현명히 대처하는 자세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