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를 이용하면 난청 치료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청각재활을 통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고령화로 노인성 난청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보청기 사용으로 대뇌의 인지기능을 회복시켜 치매 예방을 할 수 있다는 이 같은 연구 결과가 제시돼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심현준 을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보청기를 사용하는 난청 그룹이 보청기를 사용하지 않는 난청 그룹에 비해 인지기능이 향상됐다는 연구 결과를 도출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는 보청기가 단순히 소리를 증폭시키는 기능뿐 아니라 증폭된 소리 자극이 감퇴됐던 대뇌의 인지기능을 일정 부분 회복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 교수는 2008년 9월부터 2009년 7월까지 보청기를 사용하는 난청 그룹 18명과 보청기를 사용하지 않은 난청 그룹 11명의 대뇌 인지기능을 비교하기 위해 인지기능검사(Visual Verbal Learning Test·VVLT)를 실시했다. 첫 번째 검사 이후 6개월 뒤 다시 이 검사를 시행한 결과 보청기를 사용한 난청 그룹에서 통합점수(total score)와 인지점수(recognition score)가 향상됐고 잠재점수(latency score)는 두 그룹 간 차이가 없었다.

통합점수는 보청기를 사용한 그룹은 6개월 뒤 32.7±8.3에서 38.5±1.8로 향상된 반면, 보청기를 사용하지 않은 그룹은 34.4±6.9에서 34.1±7.3으로 소폭 감소했다. 인지점수는 각각 11.7±1.9→13.1±1.5,
11.7±2.0→11.3±2.2로 보청기를 사용한 그룹이 향상됐다. 인지기능 검사는 단기 및 작업 기억, 단어에 대한 학습능력, 장기 기억능력 등을 검사하는 것이다. 단기 및 작업 기억을 측정하는 통합점수 검사는 1초 간격으로 화면에 나왔다 사라지는 15개 단어 세트를 다 보고 몇 개를 기억해 내는지 보며, 같은 세트를 5번 실시해 모두 맞힌 점수로 측정한다. 인지점수 검사는 15개 단어를 보여준 후 20분 후 35개의 단어를 추가해 전체 50개 중 처음 보여준 15개 단어를 맞히는 것이며, 잠재점수 검사는 15개 단어를 보여준 후 20분 후에 15개 단어를 다시 기억해 내는 것을 점수화한다.

심 교수는 “꾸준히 보청기를 사용해 증폭된 소리 자극을 주게 되면 언어와 관련된 인지기능을 회복시키고 더 이상의 인지기능 악화를 예방한다”며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시점이 바로 보청기를 사용하기 시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심 교수는 이어 “보청기의 사용이 난청에 의해 퇴화되어 있던 대뇌 청각영역의 기능을 회복하고 언어와 관련된 인지기능을 향상시키기 때문에 치매 예방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기술논문 추가 인용색인(SCIE)’급 영문지 ‘임상·실험 이비인후과(Clinical and Experimental Otorhinolaryngology)’에 6월 중 게재될 예정이다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