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사별한 70대 여성 김모씨는 평생을 의지해왔던 남편을 먼저 보낸 탓인지 평소와 달리 불안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늘었다. 병원에서 종합검진을 받은 후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는데도 안심을 못하고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냈다.

최근 홀로 남은 부모님의 정신건강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씨처럼 평소와 달리 불안감을 느끼는 망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망상장애'를 의심해볼 수 있다.

■ 평소와 다르면 망상장애 의심

망상장애는 배우자의 죽음, 실직, 은퇴, 경제적인 곤란, 회복하기 어려운 내과적 질환 등의 신체적, 심리적 스트레스가 있을 때 발생하기 쉽다. 알코올 장애, 정신분열증, 우울증, 양극성 장애, 치매 등에서도 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망상장애가 가장 빈번하게 발병하는 연령은 25∼45세이지만 노년기의 어느 시기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망상장애는 크게 5가지로 나눈다. 먼저 색정형(erotomanic)은 다른 사람과 특별한 사랑의 관계에 있다는 망상을 갖게 된다. 이는 유명인이나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에 대해 자주 나타난다. 스토킹이 한 예이다.

과대형(grandiose)은 자신이 특별한 힘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거나 힘있는 사람 또는 인물(대통령, 유명인, 교황 등)과 특별한 관계가 있다는 망상을 보인다. 질투형(jealous)은 성적 파트너가 부정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피해형(persecutory)은 자신이 위협을 당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신체형(somatic)은 신체적 질병이나 기형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에 빠진다.

■ 노년기 망상, 치매 전조증상

노년기 망상은 단순한 망상장애가 아닌 치매의 전조 증상일 가능성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치매는 일반적으로 기억력 저하로 증상이 시작한다. 하지만 망상, 성격변화 등의 증상이 먼저 생기고 이후 기억력 저하가 동반되어 뒤늦게 치매로 진단되는 경우도 있다.

망상장애로 인해 초조증세를 심하게 호소할 경우 항정신병제를 투여하면 효과적이다.

망상장애를 호소하는 노인들은 약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신치료, 약물치료와 함께 환자가 망상으로 인해 받는 고통을 잘 이해해줌으로써 치료 의지를 북돋아줘야 한다. 이와 함께 청각이나 시각에 문제가 있는 경우는 보청기나 교정렌즈를 사용하도록 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된 경우 대인관계 증진을 위한 웃음요법, 미술요법 등의 사회재활 프로그램도 도움이 된다.

서울시 북부노인병원 정신과 김윤기 과장은 "평소와 달리 누군가에게 감시당하고, 쫓기고, 독살 당한다는 피해망상을 보이거나 자신이 죽을병에 걸렸다 등의 호소를 할 경우에는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검사와 조기치료는 망상장애가 만성화되는 것을 막고, 치매 등을 조기진단할 수 있다"며 "우울증이나 만성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정기적인 검사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pompom@fnnews.com정명진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