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브렉만 (영국치매가족)

나는 여러 가지 이유로 해서 미드뱅크요양소를 선택하였다. 우선 집에서 걸어가도 될 만한 거리에 있었고, 직원들이 매우 친절하고 이해심이 깊었다. 또 무엇보다도 나를 대신하여 줄리의 평생 친구가 된 우리의 충실한 개 브라이언을 받아주었다. 나는 그녀의 방에 다양한 장신구와 그림을 걸었으며 매일매일 배치를 바꿔 준다. 주말의 일상사도 새롭게 바뀌었다. 나는 주중에는 9:30부터 5:30까지 종일 일에 전념한다.

브라이언을 데리고 우리는 소호의 발레리제과점으로 가서 쵸코렛 시럽을 묻힌 치즈 토마토 샌드위치를 산다. 우리는 발레리제과점의 위치를 잊어버릴 수가 없다. 브라이언이 버스정류장에서부터 우리를 그곳으로 끌고 가기 때문이다. 저녁에는 줄리를 오페라나 콘서트에 데리고 간다. 그녀가 피곤해하기 때문에 중간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 집에 다시 돌아오면 브라이언을 데리고 동네를 한 바퀴 돈 다음에 그녀의 옷을 벗기는 힘겨운 작업에 맞닥뜨리게 된다. 그녀는 옷을 한사코 벗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는 또 어렵게 양치질을 한다. 그녀를 잠자리에 뉘는 일은 또 하나의 어려운 과제다. 그러나 일단 잠자리에 들면 곧 잠이 들기 때문에 나는 아래층을 돌아다니거나 텔레비젼을 본다. 그리고는 브라이언과 같이 이층으로 올라가 잠을 잔다.

일요일은 힘들다. 잠자리에 드는 것보다 일어나는 것이 더 힘들다. 아침식사는 별 문제없이 지나가지만, 옷을 갈아 입히고 양치질을 하면 곧 문제가 발생한다. 그녀는 약 한시간 동안 시무룩해지고 고함을 치고 정신없이 떠들어댄다. 그리고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자리에 앉아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 그녀가 진정되면 우리는 브라이언을 데리고 산책을 한 뒤 점심시간에 맞춰 돌아온다. 줄리에게는 먹는다는 일이 큰 문제가 되었다. 그녀는 식욕을 잃었으며, 체중도 많이 줄었다. 바지는 더 이상 맞지가 않고 벨트도 너무 커서 줄로 붙들어 놓았다. 스푼이나 포크를 집는 것도 힘이 들어서 음식물을 테이블에 온통 흩뜨려 놓는다. 그러면 내가 그녀에게 먹여 주어야 한다. 입에다 컵을 받쳐들고 비스킷을 부숴주고 아이스크림을 스푼으로 떠먹여준다.

점심식사 후에는 산책을 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정원에 앉아 있는다. 3시쯤 되면 그녀를 데리고 미드뱅크까지 산책할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가 배터씨 공원에 기증한 벤치를 검사한다는 구실하에 우리는 그곳까지 산책을 하는 것이다. 벤치에는 '기억을 기념하여' 라고 새겨 놓았다. 벤치는 축구 경기장 맞은편에 놓여 있으며, 종종 비어 있을 때 우리는 브라이언과 함께 평화롭게 앉아있곤 한다. 미드뱅크까지 돌아오는 길은 늘 감정에 휩싸이곤 한다. 또 한 주일의 마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녀가 가는 것을 보는 일은 너무나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1997년 4월 7일, 아내이자 친구였던 줄리는 미드뱅크 요양원으로 가서 영원히 우리 집, 우리의 둥지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녀를 잃어버린다는 일은 내게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가슴아픈 일이었다. 그녀를 보내기 전 주말에 나는 콩코드기로 그녀를 뉴욕에 데려갔다. 그 시간 내내 나는 다음 주면 그녀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내게서 완전히 떠나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